상세 컨텐츠

본문 제목

LTE는 'Let’s Take Everything!'(몽땅 차지해 버리자!)?

최신 전자파 이야기/주파수 소식

by 전자파소녀 2015. 7. 9. 16:41

본문

지난번 사물인터넷을 위한 LTE MTC 글에서 예고했던 대로, 이번에는 “비면허 대역에서의 LTE”에 대한 글입니다. LTE는 D2D (기기간 직접 통신), LTE MTC (사물인터넷을 위한 LTE) 등을 통해 기존의 모바일 네트워크 뿐만이 아닌 다른 용도로도 점점 세를 넓혀가고 있습니다. LTE가 Let’s Take Everything! (몽땅 차지해 버리자!) 의 준말이라는 농담마저 나오는 마당입니다. 이번 글에서 다루는 비면허 대역에서의 LTE는 또 다른 의미로 세를 넓히는 것인데요. 이 경우는 LTE의 본래 용도인 모바일 데이터 통신에서 벗어나지 않지만, 대신 다른 기술이 주로 사용하는 주파수 대역을 침범하게 됩니다. 바로 Wi-Fi입니다.

 

비면허 대역이란?

요즘은 새 주파수 경매가 없어 잠잠합니다만, 최근 몇 년 전만 해도 어떤 통신사가 어떤 주파수 대역을 낙찰받느냐가 상당한 이슈였습니다. 주로 20MHz 대역폭의 ‘광대역’ LTE가 가능한 1.8GHz 대역을 누가 얻느냐가 관건이었고, KT와 SKT등은 이 대역을 얻는 데에 수천억원을 쏟아부었지요. 이렇게 정부가 어떠한 주파수 대역을 사용할 권한을 경매 등의 여러 방식으로 부여하는데, 이러한 대역을 ‘면허 대역’이라고 합니다.

반면에, 이런 면허가 필요하지 않은 대역을 비면허 대역이라고 합니다. 이 중 주로 사용되는 대역은 ISM(Industrial, Scientific, Medial: 산업, 과학, 의학) 밴드라고도 불리는데요, 예를 들면 Wi-Fi나 블루투스 등에 이용되는 2.4GHz 대역을 사용하기 위해 정부의 허락을 받을 필요가 없습니다. 그러므로 누구나 심지어 무료로 이용 가능하지만, 동시에 면허 대역처럼 한 통신사가 독점하는 대역도 아닙니다. 또한 세세하게는 규제에 따라 다르지만 거의 모든 국가에서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습니다. 최근 와이파이가 (802.11n/ac) 사용하게 된 5GHz 대역도 역시 ISM 대역입니다.

 

 

▲ 5GHz에서의 비면허 대역. 국가에 따라 사용 가능한 대역과, 그에 따른 규제가 다릅니다. 대역폭이 매우 넓은 것에 주목합니다. (출처: 퀄컴, https://www.qualcomm.com/media/documents/files/extending-the-benefits-of-lte-advanced-to-unlicensed-spectrum.pdf )

 

비면허 대역에서의 LTE, LTE-U와 LAA

현재 5GHz 비면허 대역은 대부분 와이파이가 사용하고 있는데요. 이 대역을 LTE도 이용하겠다는 것이 핵심입니다. 단독으로 이용하는 것은 아니고, 기본적으로는 면허 대역을 이용하되, 비면허 대역을 2차 대역으로 활용하여 두 대역을 캐리어 어그리게이션으로 묶어버리겠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비면허 대역에서의 LTE (LTE in unlicensed spectrum / LTE-U) 또는 면허 지원 접속(License-Assisted Access, LAA)이라고 불립니다. 처음 퀄컴이 제안했으며, 에릭슨, 삼성 등의 장비 제조사와 여러 통신사들이 동참하고 있습니다. 현재 통신 3사가 모두 시연에 성공한 상태이고, 특히 LG U+는 내년 상용화 일정까지 밝히며 매우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습니다.

 

 

 

▲ LTE-U는 비면허 대역에서의 LTE를 기존 면허 대역의 LTE와 캐리어 어그리게이션으로 묶어 속도의 상승을 꾀합니다. (출처: 퀄컴, https://www.qualcomm.com/media/documents/files/extending-the-benefits-of-lte-advanced-to-unlicensed-spectrum.pdf )

 

현재 캐리어 어그리게이션을 하듯이 비면허 대역을 다운링크로만 이용할 수도 있고 (추가적인 다운링크, Supplementary Downlink (SDL) 라고 불립니다), 또는 비면허 대역에서도 마치 TDD처럼 다운링크와 업링크를 시간적으로 배치해서 둘 모두로 이용할 수도 있습니다. 3GPP는 양쪽 모두를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LTE-U의 장점: 공짜다! 게다가 넓다!

비면허 대역이기 때문에 통신사들은 LTE-U를 위한 주파수 대역의 사용료를 단 한 푼도 지불하지 않아도 됩니다. 게다가 넓습니다. 통신사들은 ‘광대역’이라고 하면서 20MHz 대역폭도 심한 경쟁 끝에 얻었는데, 현재 Wi-Fi로 사용할 수 있는 5GHz 대역은 무려 380MHz나 됩니다. 물론 당장 이 모두를 LTE-U에 사용할 수 있는 건 아니지만, 이 중 20MHz만 사용할 수 있더라도 ‘광대역’ 주파수 하나와 맞먹기 때문에, 특히 주파수 대역이 부족한 LG U+는 두 팔을 들고 환영하는 기술입니다. 5GHz 대역도 1.8GHz나 850MHz 등 현재 통신사들이 사용하는 다른 대역과 똑같이 20MHz 대역폭으로 150Mbps의 속도를 얻을 수 있습니다. 그래서 기존 대역의 20MHz 폭에 5GHz 비면허 대역의 20MHz 폭을 3개 (60MHz) 캐리어 어그리게이션으로 묶어버리면 80MHz 대역폭이 되어 무려 600Mbps라는 속도를 낼 수 있습니다. 올해 5월에 LGU+가 시연했지요. LTE-U 도입에 가장 적극적인 통신사입니다.

공짜 좋아하기만 하면 탈나요: 해결해야 할 문제들

공짜인데 넓기까지 하니 이렇게 좋을 수가 있냐만은, 언제나 그렇듯 문제는 존재합니다. 먼저 5GHz 대역은 상당히 높은 주파수이기 때문에, 낮은 주파수에 비해 기지국에서 멀어질수록 신호가 크게 약해집니다. 또한 송신할 수 있는 신호의 세기에도 제한이 있고요. 그렇기 때문에 밖에 대형 기지국을 세우는 것이 아니라, 마치 와이파이처럼 주로 실내에 펨토셀과 같은 초소형 기지국을 설치하는 형태가 주가 될 것입니다. 물론 이게 큰 문제는 아닙니다. 어차피 LTE-U는 보조적으로 이용되니까요.

여러 크고 작은 규제 문제도 있고, 이것은 국가에 따라 해결해야 합니다. 한국의 경우도 380MHz나 되는 대역폭 중 LTE-U로 활용할 수 있는 대역폭은 규제 때문에 현재는 100MHz 정도입니다. (물론 이것도 굉장히 넓습니다.) 또한 상용화를 위해서는 LTE-U를 지원하는 칩셋이 필수적인데, 현재 퀄컴은 5GHz 밴드에서의 LTE를 지원하는 WTR3950 RF 트랜스시버(송수신칩)와 LTE-U 지원 펨토셀을 위한 FSM99xx 등의 칩셋을 발표한 상태입니다. 아직 시장에 존재하지는 않고, 2015년 하반기에 등장할 예정이라서, LGU+의 상용화 일정에 칩셋에 의한 지장은 없을 것으로 보입니다.

 

 

▲ 퀄컴의 FSM99xx 칩셋은 펨토셀용으로 LTE-U를 지원하고, WTR3950 칩셋은 단말기측에서 LTE-U를 위한 5GHz LTE를 지원하는 트랜스시버입니다. (출처: 퀄컴, https://www.qualcomm.com/media/documents/files/expanding-lte-to-unlicensed-spectrum-infographic.pdf )

 

하지만, 더욱 중요하고 심각한 문제는 바로 와이파이와의 경합입니다. 기존에 5GHz 대역은 주로 와이파이가 쓰고 있었는데요. 여기에 LTE-U가 입성하게 되면 단순히 신호 간섭을 넘어선 문제가 발생하는데, 와이파이가 신호 자체를 송신하지 못하게 되어 심하면 100%에 이르는 손실을 입게 됩니다. 이것은 와이파이와 LTE의 통신 방식의 차이에 기인합니다.

말하기 전에 들어라, 와이파이의 Listen-Before-Talk (LBT)

비면허 대역은 말 그대로 아무나 사용할 수 있기 때문에 여러 액세스 포인트가 한 채널 안에 존재합니다. 와이파이 공유기가 같은 공간 안에 여러 개 있는 걸 생각하시면 됩니다. 이들이 한꺼번에 통신한다면 한정된 무선 자원을 가지고 경합하다가 모두가 통신을 하지 못하는 상황이 일어나기 때문에, 와이파이는 이를 억제하기 위해서 Listen-Before-Talk (LBT)이라는 개념을 도입합니다.

와이파이의 LBT는 Carrier Sense Multiple Access with Collision Avoidance (CSMA/CA)라는 긴 정식 명칭을 가지고 있는데요. 먼저 채널을 아무도 사용하지 않는지 주파수를 감지하여 확인한 후에 비어 있는 경우에만 전파를 송신하고, 누가 사용하고 있다면 송신을 미루되 기다리는 시간을 확률적으로 랜덤하게 결정합니다. 정말 명칭 그대로, “말하기 전에 먼저 들어라”는 것입니다. 이렇게 해서 여러 기기들이 존재하더라도 서로 전파 쏘겠다고 하다가 충돌해서 아무도 전송을 못 하게 되는 불상사를 방지합니다.

정중한 와이파이와 무례한 LTE, 둘은 공존할 수 있을까?

그래서 와이파이는 태생적으로 매우 ‘정중합니다’. 누가 말하고 (송신하고) 있는지 들은 (감지한) 다음에 채널이 비어있을 경우에만 송신하니까요. 그런데 LTE는 그렇지 않습니다. LTE가 사용하는 OFDMA 전송 방식은 기본적으로 여러 사용자가 한꺼번에 통신할 수 있습니다. 주파수 캐리어를 여러 서브캐리어로 나눈 것을 여러 사용자들이 각각 일부만 사용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문제는 LTE만 있으면 상관이 없는데, 와이파이의 공존을 고려하게 되면 사태는 심각해집니다.

 

다시 한 번 들여다 봅시다. LTE는 다른 사용자가 존재해도 동시에 데이터를 전송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언제나 보내도 됩니다. 그런데 와이파이는 LBT가 적용되니 해당 채널을 다른 사용자가 점유하고 있으면 아예 데이터를 전송하지 못합니다. 즉, 와이파이는 LTE가 데이터를 송신하는 동안 그저 조용히 기다리고만 있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최악의 경우엔 와이파이의 데이터 전송량 감소가 거의 100%에 이릅니다. 아예 전송이 불가능한 상황이 되는 것입니다. 데이터 전송량 외에도 지연속도가 늘어나는 등의 문제도 있어, 동영상 스트리밍이나 와이파이 전화 등의 안정성이 낮아지는 문제도 제기됩니다.

덕분에 ‘정중한’ 와이파이에 반해 ‘무례한’ LTE라는 목소리가 와이파이 진영에서  성토되고 있으며, “면허 대역이 비면허 대역을 맘대로 주무르면 그건 결혼이 아니다”(CableLabs의 Vikas Sarawat) 같은 강하고도 재치있는 발언도 나오고 있습니다. 비록 비면허 대역이고 아무나 사용할 수 있다고는 하지만, 이러한 이유로 효율성 외에도 하나 더 고려해야 할 것이 바로 공정성입니다. 공유하는 자원이기 때문에 LTE 혼자만 독점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지요.

LTE 진영이 약속하는 공정성의 원칙은 비면허 대역에서의 LTE를 도입하되, 동일한 주파수 캐리어에 새 LTE 네트워크를 추가하는 것이 새 와이파이 네트워크를 추가하는 것보다 악영향을 더 끼치면 안 된다는 것입니다. 쉽게 설명하면 와이파이도 어쨌든 공유기를 더 들여놓거나 하면 간섭이 심해지는 건 자명하니, LTE 펨토셀을 새로 들여놓더라도 공유기 하나를 더 추가하는 것보다 더 나빠서는 안 된다는 선언입니다.

 

▲ 와이파이와 LTE-U간의 공정한 자원의 공유를 위해서, LTE 네트워크의 추가는 와이파이 네트워크의 추가보다 더 나빠서는 안 된다는 원칙입니다. (출처: 에릭슨, http://www.ericsson.com/res/thecompany/docs/press/media_kits/ericsson-license-assisted-access-laa-january-2015.pdf )

 

결국 공존 문제의 해결을 위해서는 LTE도 와이파이가 충돌할 경우와 마찬가지로 ‘정중하게’ 일정 시간 전송을 쉬고 그 동안 와이파이가 전송을 할 수 있게 해야 합니다. LTE에 LBT를 도입할 수도 있겠고, 아니면 스스로 일정 시간동안 껐다 켰다 반복을 하게 만들 수도 있겠습니다. 와이파이와 LTE의 공존 문제의 해결책에 대해서는 다음 글에서 더 자세히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출처 : 미디어스, http://www.mediaus.co.kr/news/articleView.html?idxno=49255)

 

관련글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