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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도… “내 귀에 도청장치 있다” 호소하는 사람들

최신 전자파 이야기/전자파 동향(국내)

by 전자파소녀 2015. 11. 20. 1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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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누군가 전파로 감시·조종” 마인드컨트롤 피해 주장

 

 

“귀에서 소리가 들려요. 누군가 날 감시하고 조종해요.”
 
지난 12일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 앞에 10여명이 모여 이런 고통을 호소하며 ‘수사 촉구’ 집회를 열었다. ‘마인드컨트롤 전파실험’의 피해자들이라면서 경찰이 수사에 나서야 한다고 했다. 전파를 통해 심리를 조종당하거나 감시당하고 있다는 것이다. 
 
집회에 참가한 A씨(27·여)는 누군가 자신을 감시하며 휴대전화 사용을 방해하고 집에 침입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실제로 경찰에 수차례 ‘주거 침입’ 신고를 했었다. 하지만 경찰은 외부인의 침입 흔적을 찾지 못했다. 박씨는 답답한 마음에 자신의 신고 내역을 정보공개청구로 받아보기까지 했다. 

 

현직 공무원인 B씨(44)도 마인드컨트롤 피해를 호소했다. 그는 “아무도 자기 말을 믿지 않는다”며 “직장에서도 이상한 사람 취급한다”고 말했다. 다른 피해자들은 대부분 마땅한 직업을 갖고 있지 않았다. 마인드컨트롤을 당해 정상적 대인관계가 어려워서라고 했다. 

‘누군가 나를 감시한다’는 주장은 지속적으로 제기돼 왔다. 1988년 ‘내 귀에 도청장치’ 사건이 대표적이다. 20대 남성이 뉴스가 진행 중인 방송국 스튜디오에 들어가 “귓속에 도청장치가 있다”고 말하다 경찰에 붙잡혔다. 2005년에는 방송국에 전화해 ‘불법 도청에 시달린다’고 주장하던 40대 여성이 스스로 목숨을 끊는 일도 벌어졌다. 지난해 5월 부산의 한 편의점에서는 ‘민간 사찰을 받고 있다’고 주장하는 남성이 인질극을 벌였다.

비슷한 사례는 해외에도 존재한다. 유튜브에 ‘voice to skull’을 검색하면 누군가 자신에게 계속 말을 걸고 심리를 조종한다는 증언들이 나온다. ‘voice’는 목소리, ‘skull’은 머리를 뜻한다. 한 여성은 “내 삶을 살고 싶다. 나에게서 나가 달라”며 울먹이는 동영상을 올렸다. 마인드컨트롤 피해자라고 주장하는 이들과 일맥상통하는 얘기다.

이들의 주장을 어떻게 봐야 할까. 전문가들은 기술적으로 전자파를 통한 마인드컨트롤은 어렵다고 말한다. 생체전자파학회장인 충북대 전자정보대학 김남 교수는 “아직 인간 정신을 조종할 만큼 발전된 전자파 기술은 들어본 적이 없다”고 했고, 고려대 정보보호대학원 손영동 교수도 “마인드컨트롤 같은 기술은 현재로서 검증된 바가 없다”고 말했다.  

그럼 왜 이런 주장이 나올까. 정신과 전문의들은 “망상장애일 확률이 높다”고 진단했다. 망상장애는 과도한 확대 해석이나 피해의식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다. 정신과 전문종합병원인 서울시 은평병원 남민 원장은 “마인드컨트롤 존재 유무를 떠나 이분들이 고통을 호소하는 것은 사실이다. 정신과 상담과 약물 치료로 어느 정도 완화될 수 있다”고 말했다. 

사회적 병리 현상으로 풀이되기도 한다. 서울대 사회학과 김석호 교수는 ‘사회적 불신’을 지적했다. 그는 “법과 제도가 존재하지만 실제로는 편법과 탈법이 판을 친다. 피해망상의 단초가 될 만한 사회적 결함이 반복되다 보니 제도권의 언어 자체를 거부하는 경우가 생긴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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