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할 수 없다면 줄여라” 전자파의 유해성 여부를 따지기 전에 전문가들은 전자파는 피하는 게 좋다고 입을 모은다. 지난 8월 27일 미래창조과학부(장관 최양희)가 발표한 ‘전자파 인체보호 종합대책’은 같은 문제의식에서 출발한다. 미래부의 종합대책은 안전한 전자파 환경조성을 위한 법제도 개선, 인체영향 연구 강화, 전자파 관련 사회 갈등 예방․해소 방안 구축 등으로 구성됐다. 가능하면 전자파를 피하는 게 상책이지만 수많은 전자기기, 송·배전선이 우리를 둘러싸고 있기 때문에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이 때문에 유럽연합은 전자파 노출량 저감을 위해 ‘LEXNET(Low EMF Exposure Networks)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서비스 품질을 유지하면서 전자파 노출량은 50%로 낮추기 위한 연구 프로젝트다. 미래부는 LEXNET 프로젝트를 벤치마킹할 계획이다. 한국전력(사장 조환익)에서는 전자파 노출을 줄이는 전자파 저감기술 연구가 한창이다. 송전탑 건설로 빚어진 전자파와 관련한 불안감 해소와 생활 속 전자파 노출 문제를 저감기술로 풀겠다는 것이다. ◆일반인·직업인 나눠 저감기술 적용 한전은 일반인과 직업인을 나눠 각각 전자파 노출을 최소화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했다고 밝혔다. 최근 논란의 중심에 있는 송전선로 전자파 저감기술은 일반인을 대상으로 한다. 루프, 지중케이블 등을 활용해 실제 송전선로에 적용하거나 가옥에 차폐재를 설치한다. 한전에서 자체적으로 실험한 결과 전자파를 최대 70%까지 줄일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전 측은 필요시 송전탑, 송전선로 건설 관련 갈등 지역의 전자파를 줄이는 데 이 기술을 활용한다는 계획이다. 전자파 장기노출이 불가피한 직업인 대상 저감기술도 있다. 전자파 차단소재의 최적 배치를 통해 전자기기에서 나오는 전자파를 차단하는 것이다. 자성재료, 0.1mm 두께 박판형 차폐재 등을 활용한다. NGR(중성점 접지 저항기), EBG(End Box In Gas) 등 주요 전력기기에 적용해 본 결과 저감율이 50~90%까지 나왔다. 강한 전자파를 발생하는 전력기기에 노출된 직업인들을 보호하는 데 활용될 것으로 보인다. ◆해외에서는 자계 저감 어떻게 이뤄지나 미국, 스웨덴, 스위스, 스페인 등은 루프 저감기술을 실제 송전선로에 적용하고 있다. 미국 SCE(Southern California Edison)는 1990년대부터 자기장 노출을 줄이기 위해 전력회사에서 송변전 설비 총 건설비의 4%를 투자해 15% 이상의 자기장을 줄일 수 있도록 유도하고 있다. 또 미국 전력연구센터는 뉴욕 주 345kV 실 송전선로에 수동 루프를 설치해 80%의 전자파 저감 효과를 거뒀다. 수동 루프는 차폐선만 추가 설치하면 되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경제적이고 광범위하게 적용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스웨덴은 1990년대 후반부터 신설 송배전선로 및 변전소 주변 전자파 양을 0.4uT 이하로 유지하기 위해 수동 루프를 적용하고 있다. 특히 스톡홀름 시의 경우 전체 변전소의 20% 정도를 대상으로 저감 대책을 실시한 바 있다. 전자파 저감 차폐재료를 현장에 직접 적용한 국가도 있다. 미국은 가변형 전기주택을 설치해 생활환경 전자파 저감 연구를 진행했다. 이탈리아도 2005년 매우 낮은 자기장을 생성하는 2중 차폐 전력 케이블을 제안했다. 아시아에서는 중국이 2002년 고층 상업빌딩에 금속 바닥재로 인한 차폐효과를 실험적으로 분석하기도 했다. ◆전자파 저감, 경제성이 관건 전자파 저감기술의 가장 큰 숙제는 경제성이다. 전자파 저감에 들어가는 비용이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방향성 전기강판(GO)은 강한 자기장에 효과적이고 퍼멀로이(PC)는 약한 자기장에 효과적이지만 가격은 PC가 GO의 20배에 이른다. 일반 가옥에 전자파 저감소재를 설치할 경우는 고가의 자기 차폐재인 퍼멀로이(PC)사용이 불가피해 1m당 580만원이 든다. 반면 방향성 전기강판(GO)은 상대적으로 저렴해 경제적인 전자파 저감이 가능하다. GO를 NGR에 적용할 경우 전국적으로 설치비 포함 20억원 정도의 비용이면 충분하다. 하지만 EBG는 GO와 PC를 혼합 적용해야 한다. 8.33uT를 목표로 할 경우에는 10억원, 0.833uT를 저감목표로 할 경우에는 약 170억원까지 비용이 발생한다. 게다가 송전선로에 수동 루프를 설치할 경우 100m당 4억7000만원이 필요하다. 예를 들어 총길이가 약 90km에 이르는 밀양 송전선로에 적용할 경우 4200억원 이상이 든다. ◆전자파 저감 이전에 사회적 합의가 먼저 이헌석 에너지정의행동 대표는 가장 효율적인 전자파 저감 방법은 “전자파로부터 멀리 떨어지는 것”이라며 “이미 설치된 송전탑에 저감기술을 적용하는 건 비용적인 측면에서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지적했다. 이 때문에 그는 전자파를 둘러싼 갈등을 해결하기 위해 사회적 합의가 먼저라는 입장이다. “전자파 저감도 좋지만 사회적 협의체를 구성해 합의를 이뤄야 합니다. 정부와 한전이 전자파 관련 기준을 일방적으로 정해 통보하는 방식이 아니라 지역 실정에 맞게, 모두가 받아들일 수 있는 기준을 정해야 하는 거죠.” 이 대표는 “그런 점에서 한전이 지금이라도 전자파 유해성 문제에 관심을 갖고 역학조사를 하는 것은 환영할 만하다”며 “국토가 좁아 지역주민의 생활권에 송전탑이 포함될 수밖에 없는 우리나라의 실정에 맞는 포괄적 연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전이 밀양 송전탑 사태를 해결하기 위해 활용한 리스크 커뮤니케이션에 대해 이 대표는 “리스크 커뮤니케이션은 불필요한 오해를 줄이기 위한 것인지 위험을 감추기 위한 포장인지 확실히 해야 한다”며 “그럴듯한 말로 사람들을 안심시키는 데에만 급급하다면 문제가 있다. 위험을 처음부터 공개하고 사회적 합의를 이뤄내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또 전문가 주도로 결정이 이뤄지는 게 아니라 국민이 직접 참여해 협의를 거쳐 전자파 관련 기준을 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
(인터뷰)명성호 전기연구원 미래전략실 실장 전자파 유해성 여부.자계 저감기술 '병행' 국민과 정부 간 신뢰쌓는 ‘교두보’역할 할 것 “전자파가 인체에 직접적인 위해를 가하지 않는다는 사실은 어느 정도 입증됐습니다. 국내뿐만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도 관련 자료들을 속속 내놓고 있습니다. 중요한 것은 이같은 사실을 국민들에게 정확히 전달하고, 발생하는 전자파를 감소시키는 기술을 개발하는 것입니다. 저희는 장기적인 역학조사를 통해 정보의 해석·정리를 담당하고 차폐기술을 발전시켜 국민과 정부 간의 신뢰를 쌓는 교두보 역할을 수행해 나갈 것입니다.” 명성호 한국전기연구원 미래전략실 실장은 2006년부터 송전선로 전자계가 인체에 미치는 영향을 조사했다. 실험에서 최대 5000mG(밀리가우스)의 전자파를 노출시켰지만 실험 쥐들에서는 평균 생존시간, 부검 소견, 림프암 발생 등의 모든 검사항목에서 이상이 없었다. 5000mG는 우리나라 송전선로에서 발생 가능한 전자파의 260배에 해당하는 높은 수치이며, 833mG가 세계보건기구의 권고값이다. 3년간의 연구 끝에 우리나라 송전선로에서 발생하는 전자파가 인체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는 결과를 얻은 것이다. “단기간의 연구 결과에서는 확실하게 전자파가 유해하다는 의심을 일단락하는 결과들이 나왔습니다. 장기적인 결과는 여전히 진행 중이고 표본 또한 제한적인 것은 사실입니다. 하지만 관련 전문가들은 단순히 유해하지 않다는 사실을 입증하는 것에만 노력을 기울이는 것이 아닙니다. 전 자계 노출량을 최소화하는 차폐기술을 꾸준히 연구해왔고 가시적인 성과도 나타나고 있습니다.” 실제로 한전은 전자파 위해성 여부 검증과 별개로 전자파 노출량을 최소화시키는 기술 개발을 지원해왔다. 2008년부터 한국전기연구원은 5년간 약 41억원을 지원받아 즉시 실용화할 수 있는 차폐기술을 개발했다. 송전선로용 FRF(Field Reduction Factor;저감장치)의 경우 70% 내외의 전자파를 감소시킬 수 있고, 수용가용 FRF는 약 60%를 줄인다. “국내에서는 한국전기연구원과 한전전력연구원이 공동으로 2002년부터 2008년까지 6년간의 연구를 통해 전자계 저감기술 개발에 성공했습니다. 2008년부터는 한전과 손을 잡고 바로 실전에 투입할 수 있는 기술로 발전시켰고, 현재 송전선로에 시범 설치해 성능을 평가하는 과정에 있어요. 이는 미국 뉴욕에 설치된 수동 루프(자계 저감율 80%)와 비교해도 뒤떨어지지 않는 성능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한전은 앞으로 송전선로뿐만 아니라 변전소 현장에도 적용할 수 있는 자기장 차패재 기술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기존 재료 및 박판형 자기장 차폐재료(0.2mm급)와 배전, 변전 등에서 발생하는 차폐기술 개발에도 노력을 기울이는 중이다. 명 실장은“유해성 연구와는 별도로 자계 저감기술은 비용 분석·사회적 공감대 마련 등을 바탕으로 설치 방안이 꾸준히 논의될 것”이라며“WHO에서 권장하고 있는 노출 최소화 정책을 우리나라에서도 안정적으로 정착시키기 위한 기술·개발과 전수조사를 통한 DB 구축에도 힘쓸 계획이다”라고 말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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