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철은 전기제품을 많이 사용하는 계절이다. 난방제품은 사람들이 몸 가까이에 두고 사용하는 제품이어서 전기를 사용할 경우 전자파 노출을 매우 주의해야 한다. 전자파는 세계보건기구가 발암물질로 정한 환경유해물질이다.
끔찍하게 더웠던 여름날이 언제였던가 싶을 정도로 날씨가 많이 쌀쌀해졌다. 며칠 간격으로 가을비가 내리더니 이제는 밤에 잘 때 온수매트를 켜고 이부자리에 들어간다. 온수매트는 우리집 방마다 하나씩 있다. 겨울을 나는 필수품이 되었다. 침대를 사용하지 않는 우리집은 온수매트가 바닥요와 같은 기능을 한다. 온수매트라는 제품이 나왔을 때 나는 정말 창의적인 제품이 나왔구나 싶었다. 온수를 돌려 바닥을 데우는 온돌 난방장치의 경우 데워지는 데 한참 시간이 걸리고 큰 보일러를 통째로 돌려야 한다. 집 전체가 아니라 방이나 거실 한 군데만 따뜻하게 만들기 위해 다른 곳은 모두 잠가야 하는 불편함이 있다. 방이나 집안이 훈훈해지긴 하지만 공기가 건조해져 가습기를 틀거나 빨래를 널어야 하는 불편함이 따른다. 잘 때 눕는 곳의 바닥만 따뜻하고 방안의 공기는 조금 찬 공기가 있는 상태가 좋은데 온수매트가 제격이다. 전기장판은 전자파 때문에 아예 생각도 안 했다. 헌데 그 좋은 온수매트에도 전자파가 상당하게 나온다는 이야기는 충격이었다. 전기장판과 달리 온수매트는 전자파가 전혀 나오지 않는 제품으로 여겨졌기 때문이다. 주범은 바로 물을 데워 매트 쪽으로 공급해주는 자그마한 보일러였다. 상당한 수준의 전자파가 나왔다. 헌데 제품별로 큰 차이가 났다. 온수매트 제품별로 보일러의 전자파 발생 수준을 비교해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는데, 마침 한 방송사의 프로그램에서 이 문제를 다뤘다.
온수매트에서도 허용치 이상 방출
시중에서 판매되는 모두 12개의 제품을 구매해서 전자파를 측정한 결과였다. 제품명은 모두 영문 이니셜로 처리했지만 제품사진을 함께 공개해서 금방 어디 제품인지 알 수 있었다. 전자파 측정은 보일러 바로 옆과 보일러에서 각각 10㎝와 30㎝ 떨어진 위치에서 이루어진 결과를 비교했다. 이를 바탕으로 보일러로부터 전자파 노출이 안전한 거리를 ㎝ 단위로 제시했다. 보일러 바로 옆에서 측정된 최고 수치는 무려 4039mG(밀리가우스)였다. 참고로 정부나 한전에서 제시하는 안전기준은 833mG인데, 세계보건기구가 전자파를 발암가능물질(Group2B)로 지정한 근거가 되는 고압송전선로에서 나오는 전자파로 인해 어린이 백혈병의 발병이 증가하는 연구의 전자파 수치는 2~4mG이다. 정부 기준을 비교해도 5배나 되고, 고압송전선로 어린이 백혈병을 일으키는 수치인 4mG와 비교하면 1000배나 되는 엄청난 수치다. 보일러 옆에서 측정한 가장 작은 전자파 수치는 18.7mG였다. 4mG의 4배가 넘는 수치다. 16개 제품 중 4mG를 넘지 않는 제품은 하나도 없었다. 사용하는 온수매트에 머리를 누이는 쪽으로 보일러를 향하게 하면 절대 안 된다는 이야기다. 보일러는 온수매트에 눕는 방향으로 볼 때 발쪽으로 놔야 하고 줄을 최대한 길게 펼쳐서 멀러 떨어뜨려야 한다. 보일러에서 위치별로 각각 전자파를 측정한 결과도 만만치 않았다. 보일러 바로 옆에서 4039mG가 측정된 온수매트는 10㎝ 떨어진 곳에서 243mG, 30㎝ 떨어진 곳에서 19mG가 각각 측정되어 다른 제품들과 비교할 때 월등히 많은 전자파를 방출했다. 방송 프로그램은 이 제품의 안전거리를 130㎝로 제시했다. 이 정도 떨어지면 안전하다는 뜻인데, 과연 그럴까 의심스러웠다. 12개 제품 중에서 10㎝ 떨어지면 4mG 이하로 측정되는 제품이 7개 정도였다. 12개 제품 중에서 30㎝ 떨어지면 1mG 이하로 측정되는 제품이 10개 정도였다.
정리하면 전자파 문제를 완전히 안심하고 사용할 수 있는 온수매트는 하나도 없었다. 그나마 절반 정도는 보일러를 발 쪽으로 향하게 하고 연결줄을 완전히 펼쳐서 최대한 멀리 떨어뜨려 놓고 사용한다는 조건에서 사용해도 괜찮다는 판단을 할 수 있었다. 하지만 방의 구조상 온수매트를 펼쳐놓고 다시 보일러를 최대한 멀리 떨어뜨려 놓을 수 있는 조건이 여의치 않은 경우가 흔하다. 방이 작거나 여러 가지 물건들이 이런 사용조건을 허락하지 않기 때문이다. 이 방송의 조사는 3년 전인 2013년 11월 20일 방영된 결과다. 그렇다면 3년이 지난 지금은 괜찮을까? 그렇지 않을 것 같다. 온수매트를 판매하면서 전자파에 대한 측정 결과를 자세히 제시하고 사용조건을 알려주는 그런 경우는 거의 없다.
발암물질 Group2B에 속한 전자파
프랑스 리옹에 있는 세계보건기구 산하 국제암연구소(IARC)는 발암물질에 관한 모든 정보를 취합해서 신규발암물질을 지정한다. 발암물질은 4단계로 분류되는데, 2015년 12월 말 현재 모두 985개의 발암물질이 지정되어 있다. 이 가운데 가장 발암성이 강한 1급 발암물질은 Group1이라고 하는 ‘발암물질 확실’군으로 118개가 있다. 비소, 카드뮴, 에탄올(술), 석면, 라듐, 플루토늄, 흡연(씹는 담배, 간접흡연 포함), X선, 햇빛 등이 오래전에 지정되었다. 최근에 1급 발암물질로 지정된 물질은 2012년에 디젤차의 매연, 2013년에 대기오염과 미세먼지, 그리고 2015년에 소시지나 햄과 같은 가공육이 있다. 2급 발암물질은 Group2A와 Group2B 두 종류다. Group2A는 ‘발암물질 가능성 높음’군으로 모두 75개의 물질이 지정되어 있다. 고온의 튀김음식, 이발이나 미용직종, 납 화합물, 수면장애를 일으키는 교대근무가 여기에 속한다. 2015년에는 붉은고기가 포함되었다. Group2B는 ‘발암물질 가능성 있음’군으로 모두 288개가 지정되어 있다. 여기에는 DDT, 가솔린매연(참고로 디젤매연은 Group1이다), 소방관, 세탁업, 용접흄(용접 작업 시 발생하는 금속증기) 등이 있다. 커피가 이 분류에 속해 있다가 빠졌다. 새롭게 추가되는 물질은 있어도 발암물질이 아니라고 빠지는 경우는 거의 없는데, 매우 예외적인 경우였다. 전자파는 바로 Group2B에 속한다. 다음 그룹은 Group3로 발암물질에 대한 증거가 없어서 미분류된 물질들을 모아놨다. 사실상 발암물질이 아니라고 여겨진다. 확실하게 발암물질이 아닌 물질은 Group4인데 카프로락탐이라는 물질 1개만 여기에 포함되어 있다.
전자파는 물리적인 용어로 주파수와 파동에 의해서 발생하는 힘이다. 교류전기에서 입체적으로 발생한다. 학문적으로 정확한 용어는 전자기장이다. 전기장과 자기장이 합쳐져서 나타난다. 발암물질 구분에서 전기장은 Group3에 속해 발암물질이 아니라고 할 수 있고, 자기장은 Group2B로 발암물질이다. 그런데 모든 주파수대의 전자파가 발암물질로 지정되는 추세다. 국제암연구소는 2000년 전리방사선, X선, 감사선, 중성자를 모두 Group1로 분류했다. 2001년에는 내부피폭 전리방사선을 Group1로 추가했다. 2002년에는 비전리방사선인 극저주파 전자파를 Group2B로 정했다. 바로 고압송전선로에서 나오는 전자파다. 그리고 비교적 최근인 2011년에는 역시 비전리방사선인 휴대폰의 라디오파를 Group2B로 결정했다. 휴대폰에서 나오는 전자파가 뇌암을 일으키는 사례를 바탕으로 한 결정이었다. 겨울철은 전기제품을 많이 사용하는 계절이다. 난방제품은 사람들이 몸 가까이에 두고 사용하는 제품이어서 전기를 사용할 경우 전자파 노출을 매우 주의해야 한다. 전자파는 세계보건기구가 발암물질로 정한 환경유해물질임을 강조하고자 한다.
출처 : http://weekly.khan.co.kr/khnm.html?mode=view&code=115&artid=2016110115515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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